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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힐링 및 철학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by 몬나니맘 2021. 2. 8.

지은이: 박애희/걷는나무, 수카

 

박애희 작가님은 사람의 마음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쓰고 싶어 방송 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2년 동안, TV 교양국에서 프로그램 구성하는 일을 배우고 원고를 썼고, 10년 넘게 MBC와 KBS에서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셨습니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은 2019년, '인생은 조금씩 어긋난다'는 2020년에 나온 에세이집입니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80쪽 : 나는 엄마가 투병할 때 적극적인 치료를 주장했다. 엄마는 몸은 약해도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이겨 낼 거라고 믿었다. 엄마를 보내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같이할 것인가가 아닌, 얼마나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 한 번쯤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131쪽

아빠, 고마워요

사랑한다는 것은,

그렇게 작은 일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다하는 일이라는 걸 가르쳐 줘서.

항상 최선을 다해 사랑해 줘서.

더할 수 없는 사랑을 받고 자라게 해 줘서.

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줘서.

그 따뜻한 기억으로, 문득문득 다시 행복하게 해 줘서.

작은 일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다해서~라는 걸, 부모 밑에 있을 때는 몰랐습니다. 부모가 돼서 작은 일 하나에도 온 마음, 온 정성을 다하셨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냥 당연하게만 생각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부모가 되지 못했다면 그 큰마음(은연중에 내마음이 크다는 걸 강조)을 몰랐을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아직 모릅니다. 그런데 어쩌면 영영~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혼하기도 어렵고, 출산은 더더군다나 꺼리는 시대이다 보니ㅠㅠ 부모가 되어보아야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텐데~ 

 

238쪽: 그 시간은 어쩌면 삶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기쁘고 행복한 순간만이 아니라 슬프고 서럽고 부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순간도 인생이라는 걸, 어쩔 수 없는 일들까지 가만히 껴안아야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아 가는 시간. 왜 나한테 이런 일 거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왜 이렇게 슬프지? 하는 대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운이 없었을 뿐이야,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하고 삶을 받아들일 때.....상실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어도 다시 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를 위로한 진실이 있다. 내가 상실로 힘들다는 것은, 여전히 나와 사랑하는 존재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슬픔도 견딜만해진다. 이것이 지난 8년간 내가 배운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이다.

작가의 말처럼, 상실을 완벽하게 극복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살아지더군요, 살아내야하구요, 살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 괜찮아집니다, 정말로~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87쪽: 살다 보면 바닥까지 가는 슬픔들이 파도처럼 인생을 삼켜버리는 시간이 찾아온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시간들은 어떻게든 지나간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어긋나버린 인생과 후회의 시간을 자 애도하며 생을 버텨낼 때, 인생은 한 편의 예술처럼 내면의 정수를 일깨우고 말해준다. 삶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라는 파트의 한 구절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머니를 보내고 그 후회에서 출발해 만든 <걸어도 걸어도>라는 영화의 카피입니다. 감독의 어머니는 늘 그의 장래를 걱정했는데 살아생전에는 지지부진한 상황만 보여드렸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반면만 더 버티셨다면, 그럼 이 영화를 보고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어엿한 영화감독이 되어 세상의 인정을 받는 그를 보며 얼마나 뿌듯해하셨을까 하고...그래서 영화의 카피를 이렇게 정했다고 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155쪽: "잘난 거랑 잘 사는 거랑 다른 게 뭔지 알아? 못난 놈이라도 잘난 것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서 나 여기 살아 있다. 나 보고 다른 못난 놈들 힘내라, 이러는 게 진짜 잘 사는 거야. 잘난 거는 타고 나야 되지만, 잘 사는 거는 니 하기 나름이야."-드라마 <눈이 부시게>

<인생의 주연으로 사는 법>에서 작가가 배우 '이정은'님에 대해 얘기하고 응원하면서 씁니다. 잘 사는 게, 잘 살고 있는 게 뭔지에 대해 얘기합니다. 기죽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

 

186쪽: 돌이켜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나이 많은 여자들의 선의에 의지해 살아왔던 게 분명하다. 그들은 지갑을 가져오지 않아 곤란해하던 내게 정류장 어딘가에서 지갑을 열어 돈을 내주었고, 저혈압 때문에 지하철에서 비틀거리던 내 손을 먼저 잡아주었다. 버스 안에서 술 취한 아저씨가 어린 여자에게 욕을 해대며 윽박지를 때, 가장 크게 항의하고 누구보다 먼저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던 것도, 우리가 '엄마'라고 부르는 그녀들이었다.-<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백영옥

<엄마라고 불리는 그들이 선의에 대하여>에서 인용된 문구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오지라퍼가 되어갑니다. 애들말로 '낄끼빠빠'가 안되고, 그냥 다~ 참견하고 끼려고만 합니다.

 

225쪽: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나는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황현산

<어른인 척하다가 나이만 먹었다>에서 인용된 문구입니다.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라는 부분이 공감되는 바가 큽니다. 나이만 헛먹은거지 으른~은 아닌 걸로!

 

266쪽: 후회의 종류와 정도는 달라졌다. '그때 이런 말을 해줬어야 하는 데.....'라는 게 예전의 후회였다면 요즘의 후회는 이렇다. '좀 더 빨리 도망쳤어야 하는데!'

호신술을 배우는 사람들은 칼을 든 사람에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사범들로부터 비슷한 가르침을 받는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도망치라고. 그건 비겁한 행동이 아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를 피하는 건 자신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가장 현명한 길이 될 때가 많다. (.......) 무례함에 대한 최선의 복수는 최대한 빨리 그 사람에게서 도망치고 내 인생의 모든 장면에서 그를 조용히 제외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건 가장 세련된 복수법이기도 하다.-<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남인숙

<도망쳐도 괜찮아>에서 인용된 문구! 네, 가능한 한 무례한 사람들을 만나면 최선을 다해서 재빨리 도망치겠습니다~ 

 

337쪽: 어른이란 마지막까지 할 일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처럼, 그의 걸음은 단호했고 망설임이 없었다.

그들을 보면서 인간이 가장 강해지는 순간은 누군가를 지켜낼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일이 너무 아프고 쓸쓸한 일이어도, 설령 자신의 생을 내주는 일일지라도, 그 순간 우리의 삶은 비로소 가치를 얻는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켜야 할 이들을 위해서 많은 것들을 감내하려는 마음. 나는 이렇게 살았지만 너는 그렇게 살게 하지 않겠다는 마음. 잘못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내가 동경하는 어른을 강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어른의 얼굴, 클린트 이스트우드>에서는 그가 나온 두 편의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그랜토리노>를 소개하면서 참다운 어른이란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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