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소설

아몬드

몬나니맘 2021. 2. 18. 10:50

지은이 손원평/(주)창비

 

이 책은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자 제17회 일본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문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주인공 '선윤재'는 정서적 장애 알렉시티미아(감정 표현 불능증)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사실에 근거하되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알레시티미아를 묘사했다'라고 일러두기 장에 나와있습니다. 


프롤로그

나에게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로 시작합니다. 내용은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표현불능증을 앓고 있는 윤재. 공포도 분노도 느끼지 못하기에 표현해내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그럼에도 엄마와 할멈의 사랑을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러다 16살 생일인 크리스마스이브에 불행한 일을 겪게 되어 가족을 잃게 됩니다. 그럼에도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 그런 주인공 인생에 '곤'이라는 아이가 나타납니다. 어려서 놀이동산에서 미아가 되었다가 13년 만에 가족을 찾게 되었지만, 분노로 가득 찬 곤이는 그 분노를 모종의 이유로 윤재에게 쏟아내지만 느낄 수 없고, 표현하지 못하는 윤재에 의해 더욱 낭패감을 느낍니다. 사실, 거칠게만 보이는 곤이는 누구보다도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아이입니다. 그러다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우정을 쌓아가면서 윤재도, 곤이도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지루하거나 루즈함이 없이 빠르게 읽어버렸습니다. 계속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하는 작가의 필력도 남다릅니다. 꽤 예전에 읽었던 '완득이'가 문득 생각납니다(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 그런 건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감명 깊게 읽은 책입니다.

 

책 속의 마음에 남는 글귀들~

90쪽
-평범.....
내가 중얼거렸다.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남들과 같은 것. 굴곡 없이 흔한 것.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평범하게 졸업해서 운이 좋으면 대학에도 가고,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을 얻고 맘에 드는 여자와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그런 것. 튀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걸 바란단다. 그러다 안 되면 평범함을 바라지. 그게 기본적인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말이다, 평범하다는 건 사실 가장 이루기 어려운 가치란다.
......모두들 '평범'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고 쉽게 입에 올리지만 거기에 담긴 평탄함을 충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게는 더운 어려운 일일 거다. 나는 평범함을 타고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비범하지도 않으니까.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는 이상한 아이일 뿐이니까.

나이 들면서 더욱 절감하는 글귀였습니다. 평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부모님들은 남들처럼 평범하게라도라고 감히 말씀하셔서 부들부들 분노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도대체 '평범'의 기준점이 어디인 건지 모르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평범의 다른 말은 '무던하게~'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에필로그에 나왔던 글귀를 소개하면서 책소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59쪽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될지는 나도 모른다. 말했듯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든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