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딸, 부지런한 엄마

그녀의 공간 침범 2탄

몬나니맘 2020. 11. 20. 16:56

빨래줄에 매달린 무청

보이시나요?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무청~! 일명 시래기가 될 아이들입니다. 저희 집, 아니 저희 어무이께서는 김장을 하기 전에 알타리무가 아닌 초록 무를 4 등분해서 총각김치를 담그신답니다. 그리고 무청은 이렇게 빨랫줄에 비바람 맞으면서 밤이나 낮이나 말려야 한답니다. 저두 그 사실을 올해 제 나이 오십에 처음 알았습니다(ㅎㅎ). 정말 몇 날 며칠을 아주 바싹하게~ 부서질 정도로 말리셨습니다. 본인이 좋아하셔서 굉장히 많은 양을 말리십니다. 일명 시래기 될 무들을 심으셔서 말리시기도 하신답니다. 이날 이때껏 저는 엄마가 말려서 삶아서 한 번씩 끓여먹을 수 있는 양을 소분해서 곱게 일회용 비닐봉지에 넣어주셔서 몇 봉지씩을 주시길래, 그냥 대충~ 하는 건 줄 알았더랬습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제가 끓인 (연중 행사로 딱 두 번) 감자탕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데 아마 이 시래기의 몫이 큰 듯합니다. 감자탕 끓일 때는이 시래기를 정말 무지막지하게 많이 넣어서 끓이는데 그 국물이 기가 막히게 맛있습니다(자화자찬!).

그렇게 제 빨랫줄에 빨래들이 아닌 '무청'으로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한 달 전 사진인데, 그 후로도 김장용 무 사 왔을 때도 매달고, 제가 따로 김장하면서 무를 사 왔을 때도 매달아 말리셨습니다. 그래서 엄마네 집 냉동실엔 지금 시래기들이 그득~ 합니다. 겨울 내내 부모님 집에서는 직접 담그신 된장을 풀어서 만든 시래깃국 냄새가 진동할 겁니다. 그럼, 작은아이 반찬 없을 때 '엄마~ 한 그릇만 줘'하면서 뺏어오겠죠? 저희 아이들은 할머니가 끓이신 된장국 사랑이 대단합니다. 이 세상 국물 맛이 아니라나 뭐라나, 엄마는 왜 이렇게 못하냐며 비교질(?)합니다. 그럼, 저는 큰소리칩니다, 그렇게 비교하면 세 번 얻어 먹일 거 한번 얻어 먹일 거라고... 할머니 음식 솜씨를 어찌 이 하잘것없는 솜씨의 엄마와 비교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어무이 음식 솜씨는 비교불가, 범접불가인 것을 이제는 알 때도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어쨌든 저희 아이들은 할머니 음식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합니다. 근데 왜 저는 그 음식 솜씨를 닮지 않고 먹는 것만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딸은 이쁜 도둑'이라며 앞으로도 쭈욱~ 음식 도둑질 해가도 무한사랑을 펼치실 저희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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